나토 방위비 증액, K방산에 기회… 유럽 방산 시장 1000조원 열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5%까지 확대하기로 공식 합의하면서, 한국 방위산업(K-방산)이 유럽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향후 유럽 내 방산 시장 규모는 10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되며, 이미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은 K방산 제품들이 주요 수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토, GDP의 5%까지 방위비 지출 합의… 시장 규모 1000조원 이상 전망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회원국들은 방위비를 기존 GDP 대비 2% 수준에서 2035년까지 5%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방산 수요는 지상 무기체계(전차, 자주포), 항공 전투기,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나토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이 "현재 미사일 방어체계를 4배 이상 증강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미사일·포병 전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K방산, 가성비와 납기 경쟁력으로 유럽서 인기
K방산이 유럽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빠른 납기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독일의 ‘레오파르트2’와 성능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며, 연간 최대 200대까지 생산 가능한 생산능력을 갖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폴란드에 수출한 FA-50 경공격기는 계약 후 불과 15개월 만에 초도 물량을 납품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역시 계약 2개월 만에 공급에 성공하며 빠른 납기를 입증했다.
올해도 K방산의 수출은 확대되고 있다. KAI는 필리핀과의 7억달러(약 1조원) 규모 FA-50PH 계약을 체결했고,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에 대한 2차 계약을 추진 중이다. LIG넥스원은 신궁, 천궁-II 등 유도무기를 루마니아에 수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U의 'Buy European' 정책… K방산은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
유럽연합(EU)은 최근 1300조원 규모의 ‘Buy European’ 정책을 발표하고, 향후 신규 무기 공동조달 물량의 65% 이상을 유럽산 무기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는 비(非)EU 국가 제품에 대한 강력한 견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국은 이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WB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천무 유도탄(CGR-080)**을 현지 생산할 예정이며,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기업 PGZ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K2PL 전차를 현지에서 생산한다. KAI 역시 FA-50 생산과 함께 유지보수(MRO) 센터를 현지에 설립해 수출 이후의 관리까지 책임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 “정책금융 확대 필요”… 수출 속도 뒷받침할 기반 필요
방산 수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을 15조원 → 25조원으로 확대했지만, 글로벌 경쟁국에 비해 금융 패키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수출입은행의 방산 금융 지원 여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산업 간 형평성과 별개로 방산에 특화된 금융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토 내부에서도 2000억 유로 규모의 공동기금 설립이 논의 중이며, 폴란드에는 이 중 약 29조원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지금이 K방산 도약의 골든타임
나토의 방위비 증액은 단순한 지출 증가를 넘어 유럽 전역의 방산 생태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가격, 성능, 납기라는 3박자를 갖춘 K방산은 유럽 시장에서 확실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EU의 정책 장벽과 금융 인프라 부족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